
가볼 만한 이유
보정산의 대불만(大佛灣)은 말발굽 모양의 골짜기입니다. 들어서면 500m 남짓한 절벽에 장면이 하나씩 이어 새겨져 있어, 돌로 만든 그림책 같습니다. 높이 7m쯤 되는 석상 세 구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내려다봅니다. 그중 하나는 사람 키만 한 돌탑을 손에 받쳐 들고 있는데, 팔뚝에서 무릎까지 비스듬히 늘어진 옷자락이 그 무게를 떠받칩니다. 모퉁이를 돌면 금빛 천수관음이 나타납니다. 손 830개가 공작이 꼬리를 펼치듯 바위 위에 퍼져 있습니다. 더 가면 길이 31m의 석가열반상, 곧 와불이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눈은 지그시 감았고, 무릎 아래는 절벽 속으로 사라집니다. 일찍이 이곳을 조사한 사람들은 ‘머리가 집채만 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림책처럼 읽히는 것은 처음부터 한 권의 책처럼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1170년대부터 이 고장 승려 조지봉(趙智鳳)이 70여 년에 걸쳐 골짜기 전체를 백성을 위한 하나의 설법으로 새기게 했고, 장면마다 글을 곁들였으며 같은 주제는 한 번도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평범한 삶이 가득합니다. 부모의 은혜를 열 장면에 담은 『부모은중경』 이야기는 정조가 화성 용주사에 그림을 곁들인 경판을 새기게 했을 만큼 한국에도 익숙합니다. 농가 아낙이 닭장 뚜껑을 열자 닭들이 앞다퉈 뛰쳐나오고 두 마리가 지렁이를 두고 다투는 장면, 술에 취한 남녀, 소 치는 목동도 있습니다. 바위에는 ‘삼천 가지 율령 가운데 불효의 죄가 으뜸’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여러 장면에 나오는 곱슬머리 승려도 찾아보세요. 학자들은 대개 조지봉 자신으로 봅니다.
대족에는 주요 석각지가 다섯 곳 있고, 꼭 볼 곳은 두 곳입니다. 큰 장면은 보정산에 모여 있으니, 한 곳만 간다면 여기입니다. 북산은 대족 시내 바로 북쪽 산에 있으며, 보정산보다 300년 가까이 앞서 새기기 시작했고 더 조용합니다. 작고 정교한 석굴이 벌집처럼 절벽에 빼곡하고, 관음상이 특히 많아 ‘중국 관음상의 전시관’이라 불립니다. 낙산대불이 거대한 불상 하나로 압도하는 곳이라면, 대족은 천천히 걸으며 얼굴 하나하나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곳입니다.
놓치지 마세요
아기 부처를 씻기는 샘물
와불 곁 절벽에서 용머리 아홉 개가 튀어나와 있습니다. 가운데 용의 입에서는 일 년 내내 물이 흘러내려, 그 아래 두 손을 모으고 앉은 아기 부처를 씻깁니다. 태어나 처음 하는 목욕입니다. 석공들은 산의 빗물을 못에 모았다가 바위 속 숨은 물길로 용의 입까지 끌어왔습니다. 흘러내린 물은 다시 와불 앞의 구불구불한 도랑을 따라 빠져나갑니다.
원각동의 한 줄기 빛
원각동은 깊이 12m의 굴입니다. 입구 위에 낸 창으로 햇빛이 곧장 굴 한가운데로 들어오고, 그 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보살이 부처 세 분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양쪽 벽에는 보살 열둘이 앉아 있는데, 옷자락이 비단처럼 부드럽게 새겨져 있습니다. 굴 안이 조용해지면 물방울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바위틈에서 스민 물이 돌로 새긴 용의 입에서 노승이 받쳐 든 그릇으로 똑똑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북산의 염주 든 관음
북산에서는 125번 관음상을 찾아보세요. 아담한 크기에, 두 손을 배 앞에서 엇갈려 염주를 쥐고 있습니다. 얇은 옷이 몸에 착 붙고 옷자락은 바람에 날리는 듯하며, 얼굴은 웃을 듯 말 듯합니다. 이어서 136번 굴에도 들러 보세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굴 입구를 가로지른 허리 높이의 나무 난간 밖에서 들여다봅니다. 2025년에 예전 금속 창살을 이 난간으로 바꿔서 지금은 조각이 훨씬 잘 보입니다. 서쪽을 향한 굴이라 맑은 날 오후에는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한가운데 돌로 새긴 경전 책장을 지나 조각들 위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난간을 따라 천천히 몇 걸음 옮기면, 책장에 가려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정 짜기
- 소요 시간
- 충칭 시내에서 차로 편도 2시간쯤 걸립니다. 보정산 석각에는 2~3시간, 같은 경내의 대족석각박물관까지 보려면 더 잡고, 북산에는 1~2시간을 쓰세요. 두 곳을 함께 보면 하루가 꽉 찹니다.
- 가기 좋은 때
- 봄과 가을이 쾌적합니다. 석각은 모두 야외 절벽에 있고 충칭의 여름은 덥고 습하니, 7~8월에는 일찍 출발하세요. 가능하면 평일에 가고, 노동절과 국경절 연휴는 가장 붐비니 피하세요. 보존 작업으로 절벽 일부가 가려질 때가 있으니, 출발 전에 확인해 드립니다.
- 함께 가기 좋은 곳
- 오전에 보정산을 보고 대족 시내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북산으로 가세요. 두 곳은 차로 20~30분 거리입니다. 장강 크루즈를 탄다면 승선하는 날에 대족을 넣기 좋습니다. 낮에는 석각을 보고, 저녁에 충칭으로 돌아와 배에 오르면 됩니다.
- 건너뛰어도 되는 경우
- 도시를 보러 충칭에 왔고 일정이 2~3일뿐이라면 도심에 쓰세요. 대족은 하루를 통째로 쓰고, 그중 4시간쯤은 차 안입니다. 여행 경로에 이미 낙산이 있고 거대한 불상 하나를 보고 싶다면, 한눈에 압도되는 쪽은 낙산대불입니다. 대족은 가까이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조각에 큰 관심이 없다면 하루를 길에서 보낼 만한 곳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족석각은 가 볼 만한가요?
네, 예술이나 옛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가 볼 만합니다. 9~13세기에 새긴 절벽에는 31m 와불과 함께 농부, 술꾼,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습니다. 1999년 세계유산에 올릴 때 유네스코는 이 석각이 당시 중국인의 일상을 비춰 준다는 점을 특히 짚었습니다. 충칭에서 하루를 잡고, 보정산에서 2~3시간을 보내세요.
보정산과 북산 중 어디를 가야 하나요?
한 곳만 간다면 보정산입니다. 천수관음과 와불이 모두 여기 있고, 500m 남짓한 골짜기 전체가 조각입니다. 조각을 좋아한다면 북산도 더하세요. 보정산보다 300년 가까이 앞서 새기기 시작한 곳이고, 사람이 적으며, 정교한 관음상이 빼곡합니다. 두 곳은 차로 20~30분 거리이고 입장권은 따로 삽니다.
충칭에서 대족석각까지 당일치기가 가능한가요?
네, 차로 편도 2시간쯤이라 하루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보정산에서 2~3시간을 보내고, 두 곳 다 보려면 북산에 1~2시간을 더하세요. 오가는 길에만 4시간쯤 걸리니 일찍 출발하세요.
대족석각과 낙산대불 중 어디가 좋을까요?
한눈에 압도되는 경험을 원한다면 낙산입니다. 강가에 높이 71m의 불상 하나가 앉아 있고, 청두에서 하루 일정입니다. 섬세한 조각과 이야기를 원한다면 대족입니다. 수많은 조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충칭에서 하루 일정입니다. 둘 다 갈 시간이 있다면 전혀 다른 이틀이 됩니다.
대족석각은 언제 가는 게 가장 좋나요?
봄과 가을, 대략 3~5월과 9~11월이 가장 쾌적합니다. 7~8월에는 야외 절벽이 덥고 습하니 이른 시간에 둘러보세요. 노동절과 국경절 연휴는 피하고, 가능하면 평일에 가세요.
참고 자료: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Dazu Rock CarvingsDazu District government: Zhao Zhifeng and the Baodingshan carvings (2022)Dazu District government: the reclining Buddha and the Nine Dragons (2023)Xinhua: the Thousand-Hand Guanyin restored (2021)Chongqing Municipal Commission of Culture and Tourism Development: 北山摩崖造像 (Beishan)Dazu News: cave 136 at Beishan gets a waist-high wooden rail (2025)CNR Chongqing: Beishan cave 136's iron gate comes off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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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르기·크기 조정): 청두·낙산·충칭·우롱·대족 8일 프라이빗 투어 (Jonashtand,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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